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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시설물의 예방적 유지관리는 선택 아닌 필수

엘림주식회사 2019.06.28 10:00 조회 7


 
 

  최근 열수송관 파열, 통신구 화재 등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기반시설의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를 접하며 어떠한 기시감을 느낀 것은 비단 30여 년을 시설물 안전 확보에 전력해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오는 6월 29일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의 삼풍백화점이 단 20여초 만에 붕괴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날이다. 이는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은 참사로, 1994년 10월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생된 사고였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사고 발생 수개월 전부터 건물 곳곳에 균열이 발견되는 등의 붕괴 조짐이 있었고, 특히 사고 당일 오전에는 백화점 5층 천장의 일부가 내려앉고 바닥이 갈라지는 등 참사의 징후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결과는 끔찍한 인적피해로 이어졌고, 이미 2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 모두에게 아직까지도 큰 상흔으로 남아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2018년 6월3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4층짜리 상가 건물이 순식간에 붕괴됐다. 마침 휴일이었던 덕분에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하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못지않은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무너진 상가는 1966년에 지어진 노후 건물로, 사고 전부터 벽면이 부풀어 오르고 균열이 발견되는 등 붕괴 조짐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의 상황과 많이 닮았다.

 미국의 정치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불신과 주의는 안전의 부모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안전은 안심과 동일선상에 놓인 개념이지만 ‘안전’이 ‘안심’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의심’과 ‘주의’라는 배치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사고 발생 이전에 흔히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붕괴 조짐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은 결과는 비참한 사고로 나타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시기인 1970~80년대를 기점으로 사회기반시설 건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그 시기에 만들어진 시설물들이 노후화되면서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 상태이다. 실제 사회기반시설 중 사용연수가 30년이 지난 노후 시설물의 비중은 올해 13.9%로 파악되며, 10년 후인 2029년에는 34.5%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되어 있는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에 대해서는 결코 관대해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노후화되는 시설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시 체계적인 유지관리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사람은 정기적인 검진으로 병을 미리 발견함으로써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이는 시설물도 마찬가지이다. 정기적인 점검과 진단을 통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보수와 보강을 하면 노후화된 시설물이라도 얼마든지 오랜 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건강검진 시 가족의 병력과 과거 질환 이력부터 현재 건강상태를 모두 조사하는 것처럼 시설물도 현재 상태에 대한 정밀조사는 물론 건설단계부터 과거 유지관리까지의 이력에 대한 조사ㆍ분석이 필요하다. 즉, 시설물의 상태가 악화된 주원인을 분석하고 성능저하를 야기하는 환경분석을 통해 시의적절하고 예측가능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말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처럼 건설단계의 품질부터 안전ㆍ유지관리의 체질 정비까지 시설물의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통합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시설물 유지관리의 패러다임이 안전중심에서 성능중심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이제는 시설물의 안전확보를 기본으로 재료적 특성과 환경적 영향을 시계열적으로 고려한 시설물의 성능저하 분석(내구성), 그리고 시설물의 운영과 사용상의 편의(사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통해 목표로 하는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 유지관리를 추구하고 있다. 기존의 단편적이고 단발적인 보수·보강을 반복하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설물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촉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일본의 ‘국토강인화기본법’ 제정(2013) 및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2013)’수립, 미국의 ‘MAP-21(Moving Ahead for Progress in the 21st Century Act)’ 제정 등은 모두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국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시설물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동력이 됐던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부 개정되어 2018년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중소규모 시설물을 제3종시설물로 편입시켜 총괄관리하고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해서는 성능중심 유지관리체계를 도입한 것이 주요 골자이다.

 한편 최근 정부에서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을 제정(2018)하여 국민의 생활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관리체계를 확대 강화하고, 2020년 1월 시행 이전까지 기반시설 유지관리와 성능개선에 소요되는 재정을 지원하기 위한 세부 절차 및 방법을 마련 중이다. 이 법 제정으로 앞에서 논한 선제적ㆍ예방적 유지관리의 실행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제는 이러한 제도적 틀을 어떻게 안착시키고 시행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각자의 위치에서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는 지난 6월 1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노후 기반시설에 대한 위협요인을 조기에 발굴ㆍ해소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선제적이고 과학적인 관리체계로 나아가겠다는 방침이다.

 기반시설을 관리ㆍ감독하는 주체는 기반시설 관리 기본계획에 부합하는 5년 주기의 관리계획을 수립ㆍ이행하고 유지관리 수준을 향상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일본의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에 맞춰 수립하는 부처별 실행계획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이미 일본은 제도 시행결과에 대한 사례별 분석 결과를 상위계획으로 환원시키는 선순환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변화하는 시설물 유지관리 패러다임을 우리 사회가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정책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서 정부와 함께 정책설명회 및 토론회·세미나를 실시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실무에서의 개선 소요사항이 제도에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기술자 교육·홍보ㆍ기술보급 등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다. 일례로 산업계 및 다른 공공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무인점검기법이나 다량의 정보를 활용한 분석기법 등 최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신기술을 제도 내로 편입하고자 하는 노력은 첨단기술의 제도화ㆍ실용화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맥킨지社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직의 변화를 이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변화에 대한 주인의식과 헌신이다. 작게는 어느 한 조직의 체질 개선 컨설팅에 활용되는 요소이지만 앞서 말한 제도변화와 혁신이라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도 충분히 인용 가능한 측면이 있다.

 어느 한 주체만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에서 목적성에 부합하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유기적ㆍ입체적 이행체계를 갖추어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듯, 안전도 안전할 때 지켜야 옳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대형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시설물에 대한 예방적이고 체계적인 유지관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안전관리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박영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출처: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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